33억 년 된 암석에 역사상 가장 오래된 ‘생명 흔적’ 발견

2025-11-24     김영희 기자
Image Credit : Alex Moliski, Unsplash

최근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33억 년 전의 암석에서 역사상 가장 오래된 생명 활동의 화학적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고대 암석에 남겨진 탄소가 생물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비생물적인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확실하게 구별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카네기 연구소(CIS)가 AI를 사용한 새로운 분석 방법으로, 화석화한 탄소의 ‘화학 패턴’으로부터 생명 활동의 사인을 직접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매체 Science Alert가 전했다.

연구의 상세 내용은 2025년 11월 17일 자로 과학잡지 ‘PNAS’에 게재되었다.

이번에 연구자들이 조사한 것은 남아프리카 음푸말랑가 주에 있는 요세푸스달 차트(Josefsdal Chert)라고 불리는 퇴적암이다. 연대는 33억3000만 년 전으로 알려져 약 46억 년의 지구사 중에서도 매우 오래된 시대의 암석으로 분류된다.

이 암석에 갇힌 미량의 탄소가 AI 분석에 의해 ‘생명 유래’일 가능성이 높은 정확도로 판정되었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남긴 화학적인 지문을 추출해, 그러한 특징을 AI 알고리즘에 학습시켰다. 이 수법에서는 개개의 분자 그 자체가 아니고 탄소가 열분해 되었을 때 생기는 복잡한 화학 패턴을 대량으로 수집해, 그것들 속에 있는 생물 특유의 흔들림을 읽어낸다.

분석에는 시료를 가열해 유기물을 세세한 단편으로 분해해, 그 질량 패턴을 측정하는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질량 분석(Py-GC-MS)’이 이용되었다.

연구팀은 현생 생물·화석·운석·고대의 퇴적물 등 합계 406점이나 되는 샘플로부터 데이터를 취득해, AI에게 ‘생물 유래 패턴’의 분별법을 학습하게 했다.

25억 년 전의 광합성 흔적, Image Credit : Andrea Corpolongo,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그 결과, 모델은 90% 이상이라는 높은 정확도로 생물·비생물을 식별할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33억 년 전 암석에 포함된 탄소에 ‘생명의 흔적’이 있음을 밝혀냈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남아공산 약 25억2000만 년 전, 캐나다산 23억 년 전 암석에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광합성의 증거도 발견됐다. 이는 광합성의 출현을 기존보다 8억 년 이상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생명의 흔적을 조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고대의 유기물이 오랜 세월 동안 분해 변질되어 원래의 모습을 거의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구 탄생 후 10억 년 정도는, 격렬한 화산 활동이나 운석 충돌이 계속된 시대이기도 해, 생물 유래의 화학 패턴은 쉽게 상실되어 버린다.

실제로 과거 5억 년 이내의 비교적 젊은 암석에서는 생물 유래 시그니처가 매우 명확하게 검출될 수 있었지만, 연대가 오래됨에 따라 패턴은 급속히 불분명해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AI는 약간 남은 미세한 화학 패턴을 해석해 인간이 식별할 수 없는 수준의 차이로 생명 활동의 잔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번에 33억 년 전 시료에서 양성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은 적어도 그 시점까지 생명이 지구상에 퍼져 있었음을 강하게 보여준다.

또한 더 오래된 암석에서 흔적이 검출되지 않은 것은 생명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성능 저하가 심해 AI로도 판별할 수 없었을 뿐일 가능성이 있다. 즉 생명의 기원은 33억 년 전보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기고 있는 것이다.

(참고 : carnegiescience.edu, scienceale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