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중력은 지구의 약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아폴로의 달 착륙 영상을 봐도 우주 비행사들은 폭신폭신한 공중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느낌이라면, 달 표면에서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땅에 세게 충돌하지 않고 두둥실 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역시 아찔한 일이 될까?
정답은 달 표면에서도 역시 “낙하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달의 약한 중력은 착지를 두둥실 부드럽게 해주지만,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경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과학매체 IFL Science는 설명한다.
그 이유를 지구와 달 표면과의 차이에서 살펴보자.
우선 지구는 달과 달리 질소나 산소 등의 대기가 풍부하게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약 9.8m/s²이며, 높은 곳에서 자유낙하하면 서서히 떨어지는 속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지구에는 풍부한 대기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낙하 물체 사이에 공기 저항을 만들어내고, 마침내는 중력과 공기 저항이 맞물려 낙하 속도가 더 이상 가속되지 않는 포인트가 찾아온다. 이것이 종단 속도(terminal velocity)다.
종단 속도는 낙하물의 형상이나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스카이다이버가 온몸을 활짝 펼친 ‘대(大)’자 자세로 낙하하면 공기와의 접촉면이 커지고 저항력도 올라가 종단 속도는 느려진다. 반면에 연필을 수직 방향으로 낙하하면 공기와의 접촉면도 작아지기 때문에 저항력도 작고 종단 속도는 빨라진다.
그러나 어쨌든 지구상에서의 낙하물은 어떤 포인트에서 속도가 일정해진다.
참고로 지금까지 기록된 자유낙하 최고 속도는 2012년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인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달성한 시속 1342km다. 그는 상공 3만9000m에서 뛰어내려 4분20초 만에 낙하산을 펴고 미국 뉴멕시코 주 로스웰에 무사히 착지했다. 이때의 종단 속도는 음속의 약 1.24배에 달했다고 한다. 아래 영상이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달 표면에서 낙하한다면?
반면에 달 표면의 중력은 지구의 약 6분의 1이며 중력가속도도 약 1.6m/s²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달에서는 어느 정도의 높은 곳에서 낙하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차이는 달에 대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즉, 달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면 낙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공기 저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점점 더 가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달 표면에 세워진 높이 100m의 빌딩에서 뛰어내린다는 사고 실험을 해 보자. 달 표면처럼 공기 저항이 없어 낙하 속도가 계속 올라갈 경우 중력 가속도가 1.6m/s²라고 해도 최종적으로 땅에 부딪히는 순간 그 인물은 시속 64.4km에 이른다.
이것을 사람과 자동차가 정면충돌하는 사고와 비교하면, 사람이 결코 멀쩡할 수는 없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두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전고 829.8m)를 달 표면에 세우고 그 꼭대기에서 다이빙을 했다면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 표면을 들이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분명히 즉사 수준이다.
따라서 중력이 작다고는 하지만 달 표면에서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실제로는 몇m 높이의 낙하도 위험하다.
여기까지는 극단적인 상정의 사고 실험을 이야기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할 경우, 달 표면에서는 불과 몇m 정도의 낙하라도 생명의 위험이 있다. 왜냐하면 달 표면에서 호흡하기 위해 장착하고 있는 생명 유지 장치가 파손돼 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위험에 처한 인물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였던 존 영은 1972년 아폴로 16호의 유인 달 착륙을 성공시킨 요원 중 한 명이었다. 그해는 마침 뮌헨 올림픽이 열렸고, 영은 동료 찰리 듀크와 함께 루나 올림픽(Lunar Olympics)이라 칭하며 달 표면에서 얼마나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 시험했다.
그래서 둘이서 하이 점프(높이뛰기)를 했는데, 도중 영은 등에 장착한 생명 유지 장치의 무게에 이끌려 1.2m 높이에서 달 표면에 충돌하고 말았다. 영은 그때의 심경을 이렇게 되돌아보고 있다.
“백팩이 땅에 부딪히는 순간 내 심장은 공포로 가득 찼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달에 머물다 정말 패닉에 빠져 죽었다는 생각을 한 건 이때뿐이었다.”
다행히 호흡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의 충격에도 우주복에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생명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달 표면에서는 스카이다이빙은 말할 것도 없고, 약간 높은 지형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참고 : iflscienc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