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Credit : Sam Moghadam Khamseh, Unsplash

‘존(zone)’, 그것은 주변의 모든 방해물이 의식 밖으로 배제되고 오로지 자신의 감각만 예리해져 해야 할 일에 몰입하게 되는 초(超) 집중 상태를 말한다. 정상급 운동선수들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학 용어로 ‘플로(flow)’라고 불리는 이 상태에 들어서면, 뇌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최근 한 연구에서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 과학매체 Live Science에 따르면, 플로 존에 들어간 기타리스트의 뇌를 스캔해 분석한 결과, 자신의 의식을 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동 운전’ 모드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집중하고 있는 작업에 완전히 몰입하고 자신의 의식적인 생각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플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제시돼 왔다. 하나는 뇌 안에 있는 두 개의 특정 네트워크가 관련돼 있다는 가설이다. 그 네트워크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와 ‘실행 제어 네트워크(ECN)’라고 한다.

DMN은 백일몽과 관련된 회로로 특정 작업을 하지 않을 때(멍할 때) 활성화된다. 반면 ECN은 문제 해결과 같은 복잡한 인지 과정을 돕고,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어도 이를 무시하게 한다.

DMN과 ECN은 각각 따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연계돼 있으며, 특히 창의적인 작업에서는 서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첫 번째 가설에서 존이란 ‘ECN이 활성화되어 DMN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게 된 상태’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또 다른 가설에서는 그러한 특정 뇌 내 네트워크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전문적 지식에 의해 만들어진 독자적인 신경처리 네트워크가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두 가설 중 어느 쪽이 옳은지 검증하는 연구다. 어느 가설이 맞는지 파악하기 위해, 미국 드렉셀 대학의 심리학자 존 쿠오니오스 교수 등은 32명의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실험에 참가한 기타리스트가 존 상태에 들어갔을 때의 뇌파를 측정. Image Credit : John Kounios, Drexel University

재즈의 특징인 즉흥연주는 매우 창의적이고, 기타리스트들을 몰입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 실험에서는 기타리스트에게 뇌파 측정용 캡을 씌우고 기타를 연주하게 했다. 또한 ‘존’ 상태에 들어갔는지 여부도 질문했다. 존에 들어갔을 때 그들의 뇌파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실험 결과, 존에 들어간 숙련된 기타리스트의 경우 ECN과 DMN의 활동이 감소하고, 대신 청각-시각-운동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존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말하자면 ‘자동 조종 장치’로 전환돼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 DMN이 별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 DMN의 영향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대신 기타리스트가 연주 실력을 연마하면서 평생 동안 형성해 온 네트워크(즉, 청각과 기타 연주에 관련된 네트워크)가 활용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가설이 아니라 뇌 내 네트워크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가설이 옳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주에 몰입하고 깊은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고 그 위에 의식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쿠오니오스 교수는 이번 발견에 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술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의 상세는 ‘Neuropsychologia’에 게재됐다.

경험이 풍부한 기타리스트가 깊은 플로에 들어갔을 때와 경험이 적은 기타리스트의 비교. Image Credit : John Kounios, Drexel University

(참고 : livesci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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