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저 멀리 77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강력한 기묘한 전파 서클(ORC)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연구 성과는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25년 10월 2일자에 발표되었다.
ORC(Odd Radio Circle)는 비교적 새로운 천문 현상으로, 불과 6년 전인 2019년에 남아프리카의 전파 망원경(MeerKAT)이 처음으로 관측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시점에서 알려진 ORC의 수는 12~15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ORC J131346.9+500320은 2024년 6월 인도 뭄바이대 천문학자 아난다 호타 박사와 시민과학프로젝트 RAD@home 참가자들에 의해 온라인 워크숍 중 특정된 것이다. 밝은 전파의 링이 2개 겹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며,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에서도 가장 강한 전파를 쏘고 있다.
이중 링은 각각 직경 약 97만 8000광년(은하수 은하의 약 10배의 크기)에 퍼져 있어, 그 외측에는 약 260만 광년에 걸친 옅은 헤일로(어렴풋한 전파의 빛)가 존재하고 있다.
호타 박사는 “ORC는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기묘하고 아름다운 우주구조 중 하나이며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공진화해 왔는지를 알아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ORC는 심우주의 은하간 공간에 떠 있는 원형의 전파구조로 가시광선으로는 보이지 않고 전파만을 쏘고 있다. 발견 사례는 아직 몇 건밖에 없고, 그 정체는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현재 유력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가설로는 ORC의 형성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활동이 관계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블랙홀은 은하의 중심에 위치해, 물질을 삼킬 때 양극으로부터 플라즈마의 제트를 방출하거나 은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지극히 강력한 가스의 흐름(슈퍼 윈드)을 뿜어내는 일이 있다.
게다가 은하끼리 충돌해 블랙홀이 합쳐지면 막대한 에너지를 동반한 충격파가 발생해 광대한 전파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ORC들은 은하와 연관되어 있으며, 중심에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십여 개의 ORC 중 이중 링을 가진 것은 불과 2예 밖에 없다. J131346.9+500320은 그중 하나로 이처럼 명료한 이중 링 구조는 극히 드물다.
연구팀은 ORC의 형성에 대해 과거 초대질량 블랙홀이 방출했던 전파 로브가 나중에 생긴 은하나 블랙홀의 합체, 혹은 슈퍼윈드에 의한 충격으로 다시 활성화돼 링 형태로 가시화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논문에서는 은하의 합체나 블랙홀의 충돌, 강력한 슈퍼윈드에 의해 대규모 충격이 발생하고 잠자고 있던 전파 로브(전파가 퍼지는 영역)이 압축돼 입자가 재 가속됨으로써 링이나 찢어진 껍질 같은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미 활동을 마치고 보이지 않았던 오래된 전파 로브일지라도 이후 발생한 양방향 슈퍼윈드에 의해 다시 활성화돼 거대한 이중 링이 형성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측된 전파에는 ‘싱크로트론 방사(자장 속에서 가속된 전자가 발하는 전파)’의 흔적이 있어, 이것은 과거의 블랙홀 활동의 잔재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번 ORC는 그러한 활동의 ‘전파 화석’이 새로운 충격이나 바람에 의해서 다시 빛을 되찾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연구팀은 이번 ORC J131346.9+500320 외에 비슷한 링 구조를 가진 2개의 전파은하도 보고했다.
하나는 'RADJ122622.6+640622'로, 이것은 구부러진 전파 제트 끝에 큰 원형의 전파 구조가 펼쳐져 있다. 또 하나는 ‘RADJ142004.0+621715’로, 이쪽도 제트의 말단에 링 모양 구조가 확인되고 있다.
이들 은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활동에 의해 생긴 전파제트와 그 주위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링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구조 자체는 ORC와 매우 유사하며, ORC가 블랙홀 유래 전파구조의 일종일 가능성을 더욱 강하게 한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참고 : ras.ac.uk, academic.oup.com)
